《달봉이와 마을장터의 숨은 문》
시간을 굽는 우물의 속삭임이 사라진 뒤, 솔바람 마을은 다시 천천히 일상의 리듬을 되찾고 있었습니다.
달봉이도 마찬가지였어요.
그날 이후, 그는 사람들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겼고, 작은 일에도 한 번 더 귀 기울이게 되었죠.
🌞 장날의 아침
5일에 한 번 열리는 마을 장날.
오늘은 햇살이 유난히 부드럽고, 마을 방송에서는 익숙한 음성이 흘러나왔어요.
“된장 새로 담갔어요~ 메주 한 모가 딸려요~”
달봉이는 리어카에 나눔 상자를 싣고, 마을 장터로 향했습니다.
장터엔 사람들이 북적이고, 웃음소리와 어울리는 바람이 살랑였죠.
🛒 우연히 들어선 골목
장을 다 보고 나오던 달봉이는, 마을 구석에서 이전엔 본 적 없는 골목 하나를 발견했어요.
햇빛에 가려진 작은 간판, 그리고 낡은 창고로 이어지는 나무문 하나.
“여긴 뭐였지?”
그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고, 문을 밀었어요.
🚪 기억이 모이는 공간
문 너머에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오래된 장터가 펼쳐졌습니다.
- 다락방에서 종이 인형을 파는 아이
- 지게에 짚신을 매달고 서 있는 노인
- 그리고… 공중에 떠다니는 기억의 조각들
그곳은 바로 “잊힌 마음이 모이는 창고”였어요.
사람들이 잠깐 품었다가 놓아버린 기억들이 모래알처럼 조용히 쌓여 있는 곳이었죠.
📦 달봉이의 발견
달봉이는 창고 안을 천천히 둘러봤습니다.
- 하늘 위를 떠다니는, 어린 시절 처음 만든 연
- 빨랫줄에 매달린 오래된 연애편지
- 장터에서 아버지와 나눴던 짧은 대화의 잔향
그 기억들 사이에서, 그림자처럼 다가온 노인이 말했습니다.
“누군가는 이 기억들을 다시 꺼내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줘야 해요. 잊히지 않게, 사라지지 않게.”
📻 기억을 전하는 사람
그날 이후, 달봉이는 매 장날 아침 마을 방송 스피커를 통해 기억 하나를 꺼내어 전하기 시작했어요.
“오늘은 무명 할머니가 1973년에 담갔던 첫 된장 이야기입니다…”
“어린 민우가 만든 찰흙 거북이는 아직 숲 뒤에 있어요…”
마을 사람들은 방송을 들으며 웃고,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죠.
그렇게 장터는 다시 기억이 오가는 곳이 되었답니다.
🌙 마무리 장면
달봉이는 문을 닫기 전, 기억의 창고에 작은 노트 하나를 남겼습니다.
그 위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.
“기억은 사라지지 않아요.
단지, 누군가의 가슴으로 옮겨질 뿐이죠.”
문이 조용히 닫히자, 달봉이는 돌아서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.
그날 밤도 어김없이, 숲엔 반딧불이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.
🔮 다음 이야기 예고
《달봉이와 느림의 책방》
마을 끝 오래된 한옥, 시간이 멈추는 책방에서 달봉이는 잊고 있던 과거의 장면과 마주하게 되는데…
“여긴,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에요.”